아토피성피부염치료제 Q301 개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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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RIENT
- Date
- 2022-08-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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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아토피성피부염치료제 Q301 개발 스토리
주)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이사
개요
아토피성 피부염은 매우 특이한 질병입니다. 알러지와 비슷하게 외부 자극에 의해 면역이 과잉 반응을 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발병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흔히 알러지 치료에 사용되는 항 히스타민 계열의 알러지약들이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범용 항염증제인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른 염증성 질환과 같이 스테로이드는 빠르고 좋은 효과를 보이나, 피부 감염의 위험이 올라가거나, 피부가 약해지는 등 부작용들로 인해 장기 투약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이 외의 외용제들은 대부분 기전이 불분명한 천연물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거나 피부 보습에 초점이 맞춰진 기능성 화장품에 가까운 물질들이 민간 요법 같이 사용되며 시장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토피성 피부염 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비스테로이드 외용제는 프로토픽 (Protopic)/엘리델 (Elidel)과 같은 칼시뉴린 (Calcineurin) 저해제 입니다. 칼시뉴린 저해제는 원래 장기 이식 환자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 사용되는 물질인데, 이 물질을 외용제로 바꾼것이 프로토픽/엘리델 입니다. 첫 비스테로이드성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이기에 큰 각광을 받았으나, 영유아에서의 발암성 경고가 생긴 후 시장이 축소 되었습니다. 그 후 한동안 아토피성 피부염 신약 소식이 전해지지 않다가 2016년 2월 글로벌제약사 화이자 (Pfizer)가 아토피성 피부염 외용제인 유크리사 (Eucrisa) 3상을 마친 바이오기업 아나코 (Anacor)를 52억불 (약 6조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딜이 아토피성 피부염 신약 개발에 불을 붙이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던 피부과 질환 신약개발의 가치가 재평가 되는 것을 알리는 것임과 동시에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개발의 상업성이 재평가 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현재 유크리사의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있지만 (2019년 약 1,800억) 이 딜로 인해 여러 기업들이 아토피성 피부염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천식약으로 개발되었던 IL-13 저해제인 두피센트 (Dupixent)가 아토피성 피부염 약으로 적응증을 받아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하였고, 이식편대숙주병 (chronic graft-versus-host disease)약으로 허가 되었던 JAK 저해제 자카피 (Jakafi)가 크림 제형 외용제로 개발되어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옵젤루라 (Opzelura)로 허가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아토피성 피부염 신약은 염증 조절을 목적으로 타 적응증에 대해 개발된 약이 재배치 되거나 적응증 확장을 통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피센트 (주사제), 시빈코 (경구용)의 경우 중증도 이상의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되고, 외용제들은 경증 아토피성 피부염을 타겟하는 것 일반적입니다. 경증 치료제의 경우, 넓은 환자 층을 가진 대신 환자의 다양성도 커 약 30% 정도의 약물 효능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현재까지 출시된 외용제들의 반응성이 그정도 입니다. 따라서 외용제가 사용될 때에는 여러 기전의 약을 차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유크리사를 사용하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면, 옵젤루라를 쓰고 또 안들으면 엘리델을 쓰고 이런 식입니다. 중요한 점은 모두 다른 기전의 약을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PDE4 저해제, 칼시뉴린 저해제, JAK 저해제 3가지 기전이 있고, 추가 기전의 신약이 나오면 환자들에게 더 많은 옵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경증 아토피성 피부염의 경우 부작용 정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병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유크리사의 경우 피부가 후끈 거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고, 옵젤루라는 국부 감염, 피부암, 혈전증 등의 부작용 경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경증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가 치료의 첫번째 옵션으로 각광 받을 것입니다.
Q301 스토리
Q301 개발의 시작은 ‘과학적 우연’이였습니다. 결핵 치료제 텔라세벡 (Q203)의 전임상 개발을 한창 진행하던 중 특이하게 텔라세벡을 처리한 쥐의 폐에서 결핵균 감염에 따르는 염증이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현상의 기전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그 기전이 텔라세벡이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 중 하나인 5-지방산화효소 (5-Lipoxygenase, 5-LO)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감염 후 염증을 줄이는 기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LO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면서, 기존에 알려진 5-LO 저해제를 연구하게 되었고, 1990년대 개발된 질루톤 (zileuton)이라는 천식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5-LO가 만들어내던 류코트리엔 (leukotriene)이 천식뿐만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 물질 중 하나라는 논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경구용으로 사용되던 질루톤을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사용해 효능이 있었다는 연구자 임상 논문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의 기전적 연관성이 다시 한번 보여지는 예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결핵 염증 유발 실험의 대조 물질로만 생각하고 실험에 사용하던 중, ‘이 물질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미 허가를 받은 약물을 다른 용도로 개발해 다시 허가를 받는 것을 약물 재창출 (Drug Repositioning)이라고 합니다. 505(b)(2)라는 미국 FDA 개발 트랙 이름으로도 흔히 불리워 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약물 재창출의 경우, 몇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1. 해당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 질루톤의 물질특허는 이미 만료되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 기존의 약이 사용될 수 없어야 합니다. 시쳇말로 남 좋은 일 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질루톤은 하루 4번 고용량 복용이 필요한 경구용 제제로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이 적절치 않습니다.
3. 두번째 요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제형 변경이 동반 해야합니다.
• 질루톤의 외용제 사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고 및 특허도 나와있지 않아 외용제 개발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4. 새로운 용도에 대한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 질루톤 외용제의 피부과 질환에서의 사용은 어떠한 보고 및 특허도 나와있지 않아 용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5. 기존약의 안전성 데이터가 잘 확보 되어 있어야 합니다.
• 질루톤은 하루 4번 고용량 복용이 필요한 경구용 제제로 미국 FDA에서 허가 받아 높은 용량까지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6. 기존 약의 유효 성분이 새로운 투여 경로에서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 생쥐 피부 염증 모델에서 질루톤을 경피 투여 했을 때 좋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사전 조사 결과 질루톤은 아토피성 피부염 외용제로 개발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나 Q301이라는 개발 코드를 부여하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Q301 개발의 첫 난관은 외용제 제형 개발이였습니다. 질루톤은 외용제로 만들기 어려운 물성을 가지고 있어 초기 제형 개발 시도에서 계속 실패 했습니다. 외용제 제형은 크게 5가지가 있습니다. 액상, 스프레이, 젤, 크림, 오인트먼트로 유효 물질의 물성과 용도에 따라 그 형태가 결정됩니다. 보통 안과용 같은 액상, 파스 같은 스프레이, 젤, 크림, 오인트먼트는 바르는 용입니다. Q301의 경우 여러 제형을 시도한 끝에 크림 제형으로 개발되었고, 다행히 얼굴에 발라도 무난할 정도의 발림성을 가지고 있게 됬습니다. Q301 개발 초기 인도의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도 질루톤을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 외용제로 개발하기 위해 기초 조사 및 실험을 마치고 특허를 신청했다가 큐리언트의 특허에 막힌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후 조심스럽게 논의를 이어 갔으나, 상대 회사가 독자적 개발을 진행하겠다며 협상테이블을 떠났습니다. 몇 년 후 임상2A상 결과 발표를 보고 다시 협력을 제안하는 연락이 왔으나 Q301의 데이터만을 가져가려는 시도로 파악되 거절하기도 하였습니다.
질루톤의 안전성 데이터는 고용량 경구용 제제로 이미 미국 FDA에 보고가 되어 있어, Q301의 임상 개발은 바로 환자에서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2A상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301임상2A상은 첫 임상으로 ‘Go/No Go Decision trial’, 즉 Q301이 효능을 보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테스트하여 효능을 보이는 사인이 있으면 계속 개발 (Go)하고, 전혀 효능의 사인이 보이지 않으면 개발 중단 (No Go)을 하는, 빠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외용제에게는 어려운 중증도 이상의 환자 57명에대한 효능 평가로 이루어 졌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이였습니다. Q301 하루 두 번 투약 8주차에 반응율 30% 정도로 좋은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바로 Go 결정을 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다음 스텝인 임상2B상 준비 시작 및 미국 피부과학회에 발표하며 많은 관심 속에 여러 회사들과 기술이전 논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여러 기술이전 논의 결과 만족할 만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언급된 가치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효능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나, 테스트된 환자가 57명으로 적고, 외용제의 타겟 환자군 인 경증이 포함되지 않았다.’ 였습니다. 505(b)(2) 트랙인 만큼, 시장에 나갈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 하였으며, 큐리언트는 자신있게 임상2B상을 타겟 환자군인 경증 및 중등도 환자 250명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임상2B상은 크게 3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1) 3상에 쓰일 제형/용량을 확정하고, 2) 3상 투약 디자인을 확정하고, 3) 확정된 상황에서의 효능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임상2B상 결과 Q301 1.4% 용량에서 좋은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하였습니다. 투여 6주만에 30% 이상의 반응율을 보이고, 이 용량에서 안전성 시그널이 발생하지 않아 용량, 효능, 안전성에 대한 임상2B상의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가려움증에 대한 지표도 투약 7주차부터 50% 이상 감소하는 좋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임상2B상에서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3상 제형을 확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임상3상이 출시를 앞둔 허가 임상인 만큼, 임상3상을 위해서는 상용화가 될 제형과 동일한 제형을 사용해야 합니다. 상용화 제형은 출시 후 약국 선반에 1-2년 놓여 있어도 품질이 동일해야 하기에 제형 안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발 과정을 통해 Q301 1.4% 크림 제형의 조성은 모두 확정하여 제조 하였으나, 대량 제조 공정으로 생산된 크림 제형의 장기 안정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단기 안정성은 확보되어 임상2B상을 진행 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장기 안정성의 문제로 판명되었습니다.
크림제형과 같은 외용제 개발에서 대량 제조 공정으로 스케일업하면서 이런 물성 변화의 이슈는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조성물을 섞어주는 프로펠러의 모양이 살짝 변경되어도 물성이 변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제형 안정성의 문제가 발생한 만큼 공정개발 전문가를 영입하고, 외용제 공정개발 전문 회사를 발굴하여 공정 개선을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제형 개발은 완료되어 안정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301의 약효는 이미 확인 된 만큼 상용화 제형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면 허가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용화 리스크가 해결된다면 Q301의 3상 개발 및 출시의 로드맵이 확정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301의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로서의 독특한 기전과 검증된 효능과 높은 안전성은 경증 치료제 시장에서 환자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외용제가 될 것으로 생각되고 유아부터 성인까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