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치사 (Synthetic Lethality)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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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RIENT
- Date
- 2022-09-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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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치사 (Synthetic Lethality)란?
주)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이사
미국 드라마 CSI 에 나올 것 같은 용어이지만 실제로는 20세기 초반에 초파리 유전학에서 유래한 용어 입니다. 20세기 초는 유전자의 본질이 DNA라는 개념도 정립 되지 않았을 때로, 유전자간의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해서 세대 주기가 빠른 초파리를 형질 별로 교접 시켜 가며 연구하던 때입니다. 초파리 유전자 A와 B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유전자 A와 B에 독립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각 돌연변이에 따른 형질 변이는 일어나지만 하나의 돌연변이로는 파리가 죽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유전자 A와 B가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A와 B에 돌연변이가 동시에 일어나도록 유도해보니 파리가 죽는 현상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상태에서 유전자 A와 B사이의 중요한 상호작용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전학 연구 초기에 유전자간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합성 치사 (Synthetic lethality)’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유전학적 연구 기법은 분자 세포 생물학이 발달한 이후에도 유전자 간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데 지속적으로 쓰여 왔습니다.
2016년 ‘합성 치사’라는 용어가 항암 신약 개발 분야에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생깁니다. 2016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사와 미국 머크사가 영국 바이오 회사인 쿠도스사의 기술을 공동개발한 올라파립 (Olaparib)이 난소암 치료제로 미국 FDA 허가를 받으면서 입니다. 올라파립은 그 자체로 난소암에서의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유전적으로 BRCA1 이나 BRCA2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서는 좋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BRCA1 이나 BRCA2 돌연변이 역시 그 자체로는 별 증상을 보이지 않는 종양억제유전자 (Tumor suppressor gene)입니다. 즉, 올라파립은 BRCA1/2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서만 효과를 보이며 허가된 첫번째 ‘합성 치사’ 항암 신약이 된 것 입니다. 이와 같이 신약이 어떤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을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정밀 의료가 가능해 질 뿐만 아니라, 정확한 처방으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도 크게 낮출 수 있어 환자와 사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올라파립의 성공을 계기로 또다른 합성 치사 기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졌습니다.
올라파립이 합성 치사를 유도 할 수 있었던 기전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라파립은 Poly ADP Ribose Polymerase (PARP, 파프)라는 단백질을 저해합니다. 파프는 평소 DNA에 상처가 났을 때, 특히 DNA 이중 나선 두가닥 중 한가닥이 끊어 졌을 때 (Single Strand Break, SSB), 이를 수리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 입니다. 올라파립이 암세포가 가지고 있는 파프를 저해하면 파프가 SSB를 고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 DNA 이중나선 두 가닥을 모두 고치는 상동재조합복구 (Homologous Recombination Repair, HRR)가 일종의 백업으로 작동해야 암세포 DNA의 복구가 일어나 암세포의 생존이 가능해집니다. BRCA1/2는 이 HRR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프 저해와 BRCA1/2의 변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 암세포는 DNA에 입은 상처를 결국 고치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DNA 상처 누적에 의한 합성 치사인 것입니다.
DNA 상처 누적에 의한 합성 치사 분야에서 또 다른 기전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암세포 DNA에 상처가 누적되고 수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 암세포의 유전자들은 많은 변이를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암세포는 정상 세포인 것처럼 꾸미지 못하고, 결국 암세포임을 표시하는 항원을 드러내게 됩니다. 즉, 유전체 불안정성 (Genomic Instability)이 높아진 암세포는 항원 노출을 많이 하게 되어 면역세포가 좀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전체 불안정성이 높은 암에서 항암면역치료제의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나고 있으며, 유전체 불안정성을 유도하는 유전자 지표가 면역치료제 처방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DNA 상처 누적에 의해 유전체불 안정성을 유도할 수 있다면, DNA 복구 저해제와 면역치료제를 같이 사용하여 유전적 변이가 수반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합성 치사를 유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최근 떠 오르는 새로운 합성 치사 기전의 시작입니다. 즉, DNA 상처 수선 결함을 유전적으로 가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올라파립과 같이 DNA 상처 수선 결함을 유도하는 신약으로도 합성 치사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Q901은 CDK7을 매우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것을 특장점으로 가지고, 세포 분열 주기가 망가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암세포를 세포 분열 주기 중 G1 단계에 묶어두는 기전을 2020년 미국 암학회 (AACR)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발표에서 Q901이 암세포의 분열을 G1 단계에 묶을 뿐만 아니라 유전체 불안정성을 높이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G1 단계는 세포의 자기 정비의 단계로 누적된 DNA 상처의 수선이 이 단계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즉, Q901은 암세포를 G1단계에 고립시키고, DNA 상처 수선을 막아 유전체 불안정성을 증가 시켜 암세포를 사멸 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고 제시한 것입니다. 2020년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대학 연구팀도 CDK7의 특이적 저해가 세포 분열 주기를 G1단계에 묶어두고, 유전체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Zhang et al., 2020, Cancer Cell 37, 1–18).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연구팀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과학적 의미가 큰 결과 입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CDK7의 특이적 저해와 항암 면역치료제인 항 PD-1 항체의 병용투여가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도출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개념의 합성 치사 기전을 보인 것입니다. 이는 Q901과 같은 임상 단계에 있는 CDK7 특이적 저해제의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도 합니다.
Q901과 같은 특이적 CDK7 저해제의 개발 과정 속에서 계속 새로운 과학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과학이 다시 신약개발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개발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아 매우 험난한 길입니다. 하지만 신약개발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 길을 갔을 때의 보상은 어떤 경우보다 클 것입니다. 큐리언트가 추구하는 길입니다.
“We try to remember that medicine is for the patient. We try never to forget that medicine is for the people. It is not for the profits. The profits follow, and if we have remembered that, they have never failed to appear. The better we have remembered it, the larger they have been.”
“우리는 신약이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 해야합니다. 신약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신약개발은 이윤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이윤은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신약은 계속 나올 것이고, 그에 따른 이윤도 극대화 될 것 입니다.”
George W. Merck